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대법원 2026. 8. 12. 선고 2025두32673 판결
정년퇴직자에 대한 촉탁직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면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되고, 합리적 이유 없는 재고용 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
원고는 시내버스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보조참가인들은 원고 회사에서 버스기사로 근무하다가 2022. 2. 각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들입니다.
참가인들이 소속된 노동조합은 정년 도달 직전 원고에게 '정년 연장을 요청하고, 연장을 거부할 경우 계약직(촉탁직) 근무를 희망하니 회신해 달라. 재계약을 거부할 경우 거부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원고는 아무런 회신 없이 참가인들의 정년 도달일에 근로관계를 종료하였습니다.
원심(대전고등법원)은 ① 취업규칙상 촉탁직 재고용 조항('업무상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된 자는 퇴직 후 촉탁직 근로자로 고용할 수 있다')은 재량 규정에 불과하고 심사 기준·절차도 없는 점, ② 2021~2022년 정년 도래 버스기사 38명 중 약 47%인 18명만이 '단기간 근로자 승무사원 모집 공고'에 응시하는 절차를 거쳐 정년일로부터 23일~112일 이후에 채용된 점을 들어 재고용 기대권을 부정하였고, 나아가 참가인들이 채용 공고 응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노조 공문의 근거인 2017년 단체협약이 이미 실효되었다는 점 등을 들어 설령 기대권이 인정되더라도 재고용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핵심 쟁점
취업규칙상 재고용 조항이 '고용할 수 있다'는 재량 문언으로 되어 있고 별도의 심사 기준·절차 없이 채용 공고 응시 방식으로 운영된 사업장에서, 재고용 실시 경위·재고용 비율 등 운용 실태를 근거로 정년퇴직자에게 촉탁직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근로자 측의 재고용 요청 공문에 회신하지 않고 정년 도달을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한 경우, 채용 절차 미응시, 실효된 단체협약에 근거한 요청이라는 사정 등을 들어 재고용 거절의 합리적 이유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정년퇴직자들이 별도의 채용 공고에 응시하는 절차를 거쳐 정년 도달일부터 평균 70일가량 지난 후 재고용되어 온 사정이 재고용 관행의 확립이나 기대권 인정에 장애가 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판결 내용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1.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의 법리
대법원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할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나,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 등에 재고용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 실시 경위와 기간, 정년 도달 근로자 중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재고용이 거절된 근로자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을 종합하여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등 재고용에 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되고, 이 경우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재고용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는 기존 법리(대법원 2018두62492 판결 등)를 전제하였습니다.
2. 재고용 기대권의 인정 여부 - 기대권 인정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참가인들에게 촉탁직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① 취업규칙 제83조제2항이 정년퇴직자의 촉탁직 재고용에 관한 근거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는 점
② 2021~2022년 정년퇴직 후 촉탁직 재고용을 신청한 버스기사들은 참가인들과 안○○를 제외하고 예외 없이 전원 재고용되었고, 그 이전에도 재고용 신청을 거부한 사례가 없었던 점
③ 같은 시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안○○ 사건에서 원고 스스로 '촉탁직 채용 매뉴얼과 신청서 양식이 없고, 원하는 경우 구비서류를 안내해 주었다', '정년 도달 후 촉탁직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은 인정한다'고 진술하였으며,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 후 안○○를 실제로 촉탁직으로 채용한 점
④ 원고의 회사에서 정년퇴직한 버스기사들은 전원 채용된 반면 그 외 지원자는 심사를 거쳐 일부만 채용되었고, 원고 회사에서 정년퇴직한 버스기사들 중 일부는 이력서조차 새로 제출하지 않는 등 재고용 시 형식적인 절차만 거쳤을 뿐 특별한 자격을 요구하지 않았던 점
⑤ 정년 도달일부터 평균 70일 정도 지나 재고용되었더라도, 이는 형식적으로 별도 지원 절차를 거쳤기 때문일 뿐이므로 시간적 간격을 이유로 재고용 기대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점
3. 재고용 거절의 합리적 이유 존부 - 합리적 이유 부정
대법원은 ㉠ 노조가 공문으로 촉탁직 재고용을 요청하면서 거부 시 사유 통지를 요구하였음에도 원고가 채용 공고 절차나 이력서 제출이 필요하다는 안내조차 없이 아무런 회신 없이 근로관계를 종료한 점에 비추어, 참가인들이 채용 절차에 응시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실제 거절사유였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그렇더라도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는 점, ㉡ 원고가 참가인들의 재고용 기준 충족 여부나 타당성을 심사하였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고, 다른 정년퇴직자들의 신청은 예외 없이 받아주면서 참가인들만 거절할 특별한 사정도 없는 점, ㉢ 참가인들의 기대권은 원고와의 신뢰관계에 기초한 것이므로 2017년 단체협약이 실효되었다는 사유만으로 재고용 요청에 무응답한 것이 정당화될 수 없는 점을 들어, 재고용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판결 의의
이 판결은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에 관한 기존 법리(대법원 2018두62492 판결)를 재확인하면서, 취업규칙상 재량 문언('고용할 수 있다')과 형식적 채용 공고 절차가 있더라도 실제 운용 실태가 '신청자 전원 재고용'이었다면 재고용 관행이 확립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 사실관계에서 보여주었다는 데 실무적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원심은 정년 도래자 38명 중 18명(약 47%)만 재고용되었다는 점을 기대권 부정의 근거로 삼았으나, 대법원은 '재고용을 신청한 사람' 기준으로는 사실상 전원이 재고용되었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사업장에서 재고용 현황을 관리할 때에는 정년 도래 인원 대비 비율이 아니라 신청자 대비 승인·거절 내역과 거절 사유를 기록해 두어야 분쟁 시 관행 존부에 대한 정확한 소명이 가능합니다.
둘째, 재고용 여부를 선별할 의사가 있다면 심사 기준과 절차를 취업규칙이나 내규로 사전에 정하고 실제로 그 기준에 따라 심사한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재고용 매뉴얼·신청서 양식조차 없었고, 이력서를 새로 받지 않고 채용한 사례도 있어 '형식적 절차'로 평가되었습니다. 근무성적, 건강상태, 사고이력 등 객관적 심사 항목을 마련하고 탈락자에게 사유를 통지하는 운용이 뒷받침되어야 재량 규정이 실질을 갖게 됩니다.
셋째,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고가 공문에 회신하지 않고 절차 안내조차 하지 않은 점을 합리적 이유 부정의 주요 근거로 삼았습니다. 재고용 요청을 받으면 응시 절차 안내, 심사 결과와 거절 사유의 서면 통지 등 대응 경과를 문서로 남겨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절차적 대응 없이 정년 도달만을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면 재고용 거절의 합리적 이유를 다투는 단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단체협약이 실효되었더라도 그간의 운용으로 형성된 신뢰관계에 기초한 기대권은 소멸하지 않는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