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정직구제재심판정취소 /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5두34600 판결
취업규칙상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요건은 징계해고 사유일 뿐 정직 사유에는 포함되지 않음
원고 회사는 입사 32년차 책임매니저급 간부사원인 피고보조참가인에 대하여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인사평가 결과 저조 및 2020년 역량향상프로그램(PIP) 평가 결과 저조를 사유로 정직 처분을 하였습니다.
징계의 근거 조항은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42조제14호(징계해고 사유 -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는 자')와 제43조제1항제1호(정직 사유 - '제42조에 해당하나 그 정상이 참작되고 개전의 정이 현저한 자')였습니다.
참가인의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지자 원고 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였고, 원심은 위 조항에 따른 정직이 정당하려면 ①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하고 ② 그 불량함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PIP 점수의 저조함만으로는 그러한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정직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핵심 쟁점
징계해고 사유를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는 자'로 정하고, 정직 사유를 '위 징계해고 사유에 해당하나 그 정상이 참작되고 개전의 정이 현저한 자'로 정한 취업규칙에서, 정직이 정당하기 위해서도 '개선의 여지가 없을 것'이 요구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인사평가 최하위 등급과 역량향상프로그램(PIP) 최하위 점수가 취업규칙상 징계사유인 근무태도·근무성적 불량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 그 판단에서 평가 항목의 성격과 평가 기간·방식이 어떻게 고려되어야 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선행 정직의 징계사유로 이미 삼았던 2017년·2018년 인사평가 결과 저조를 이 사건 정직의 징계사유에 다시 포함시킬 수 있는지, 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사유만으로 정직의 정당성을 판단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판결 내용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1. 징계사유의 확정과 이중징계 여부 - 원심 판단 수긍
이 사건 정직의 징계사유에는 2020년 PIP 평가 결과 저조뿐 아니라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인사평가 결과 저조도 포함되는데, 그중 2017년·2018년 인사평가 결과 저조는 선행 정직의 징계사유와 중복되는 이중징계 사유에 해당하므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으로 정직의 정당성을 살펴야 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2. 취업규칙상 정직 사유의 해석 -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요건 불요
대법원은 근로자의 비위행위가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는 취업규칙상 징계사유를 정한 규정의 객관적인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대법원 2020다270770 판결 등)를 전제한 뒤,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내용은 제42조제14호의 징계해고 사유를 규정한 것일 뿐 제43조제1항제1호의 정직 사유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① 정직 사유인 '정상이 참작되고 개전의 정이 현저하다'는 내용은 징계해고 사유인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배치되는 점
② 개선 가능성의 부존재는 사용자가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함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에 그 정당성이 인정되기 위한 요소의 하나인 점(대법원 2018다253680 판결, 대법원 2021두33470 판결 등)
③ 해고와 정직은 근로관계 종료 여부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는 점
따라서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하나 그 정상이 참작되고 개전의 정이 현저한 자'도 위 조항에 따른 정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3. 이 사건 정직 사유의 인정 여부 - 정직 사유가 인정될 소지 있음
대법원은 ㉠ 참가인이 입사 32년차 책임매니저급 간부사원으로서 그 직책과 경력에 따른 성과와 전문성이 요구되는 점, ㉡ 2019년 인사평가에서 성과평가는 5단계 중 최하위인 U등급, 역량평가는 두 번째로 낮은 N등급을 받아 보상등급이 가장 낮은 8등급에 해당하였고 전체 간부사원 약 12,000명 중 7·8등급은 89명(0.7%)에 불과하였던 점, ㉢ 2020년 PIP에서 총점 24.8점으로 대상자 14명 중 최하위였고 정직 1월의 징계를 받은 근로자의 총점(41.2점)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는 점, ㉣ 외부 교육기관과 현업수행평가 담당자가 항목별 점수와 함께 '전반적인 역량 수준 부족, 교육 태도 미흡', '근무역량 및 의지 저조, 동료 간 협력 미흡' 등의 구체적 의견을 기록한 점 등을 들어, 참가인의 2019년 인사평가 결과 및 2020년 PIP 평가 결과는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한 경우'에 해당하여 정직 사유가 인정될 소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을 것'까지 요구된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정직의 정당한 이유를 부정한 원심에는 취업규칙 규정의 해석 및 징계사유의 정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판결 의의
이 판결은 같은 취업규칙 조항을 근거로 삼더라도 해고와 정직은 요구되는 징계사유의 요건이 다르다는 점을 대법원이 명확히 한 사례입니다. 근무성적 부진을 이유로 한 해고에서는 개선 가능성의 부존재가 정당성 요건의 하나로 요구되지만, 근로관계가 유지되는 정직에서는 취업규칙이 이를 명시하지 않는 한 같은 요건을 요구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첫째, 취업규칙 문언 설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수 사업장의 징계 규정은 이 사건처럼 '정직 사유'를 '징계해고 사유에 해당하나 정상이 참작되는 자'로 인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인용되는 해고 사유에 '개선의 여지가 없다'와 같은 가중 요건이 포함되어 있으면 정직 단계에서 해석상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성과를 이유로 한 징계를 예정하고 있다면 정직·감봉 등 중간 단계 징계사유를 별도 호로 규정해 두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둘째, 이 판결이 저성과자에 대한 징계를 폭넓게 허용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이 정직 사유 인정 가능성을 언급한 근거는 결국 평가 기록의 구체성이었습니다. 절대평가에 따른 등급, 전체 인원 대비 분포, PIP 대상자 중 순위, 항목별 점수와 평가자의 서술 의견이 모두 문서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근무성적 불량'이 사실로 인정될 소지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PIP를 운영하는 사업장이라면 평가 항목이 근무태도·근무성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현업수행평가 기간이 판단에 충분한지를 사전에 정비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이중징계 판단 부분은 원심이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선행 징계에서 이미 사유로 삼은 인사평가 결과를 후행 징계에서 다시 사유로 드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연속된 저성과 관리 절차에서는 각 징계가 어느 평가연도를 사유로 하는지를 처분서에 명확히 특정해 두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