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무효확인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6. 9. 4. 선고 2026가합100162 판결
수습기간 중 근로자에게 전화로 출근하지 말라고 통보한 것은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한 해고로 무효이나, 소송 중 사용자가 복직 협의를 요청한 이후 기간의 임금청구는 부정
피고는 실내건축공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와 월 급여 550만 원, 입사일로부터 3개월간 수습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입사한 근로자입니다. 원고는 2025. 11. 3.부터 11. 13.까지 피고의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였는데, 피고의 대표이사는 2025. 11. 13. 원고에게 전화 통화로 출근하지 말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원고는 해고 후 약 두 달 반 동안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2026. 2. 5. 소를 제기하면서, 피고가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해고는 무효이고 해고 다음 날부터 복직 시까지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청구하였습니다.
이에 피고는 ① 대표이사가 원고의 불성실한 근무에 대해 2~3차례 시정을 요구하였음에도 개선되지 않아 통화로 완곡하게 의사를 전달하였고, 원고가 임금 정산과 퇴직 서류 교부에 응하였으므로 합의해지에 해당하며, ② 설령 해고라 하더라도 수습기간 중 유보된 해약권을 행사한 것이고, ③ 소장 송달 후 복직 의사를 묻는 연락을 원고가 차단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임금 지급의무도 없다고 다투었습니다.
피고 대표이사는 소장 송달 직후인 2026. 3. 3.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로 연락을 요청하였고, 3. 11.에는 복직 의사가 있으면 출근 의사를 전달하거나 협의를 위해 연락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으며, 2026. 5. 20.자 준비서면에서도 복직일자 협의를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핵심 쟁점
대표이사가 통화로 출근하지 말 것을 요청하였고 근로자가 이후 임금 정산과 퇴직 서류 교부에 응하며 두 달 반 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경우, 이를 사용자의 일방적 해고로 볼 것인지, 쌍방 합의에 의한 근로계약 해지로 볼 것인지가 문제되었습니다.
3개월 수습기간 중인 근로자에게 서면 없이 전화로 해고를 통지한 것이 근로기준법 제27조 위반으로 무효인지, 사용자가 수습기간 중 유보된 해약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해고가 무효로 확인되더라도, 소송 중 사용자가 복직 협의를 요청하였는데 근로자가 사과·보상 논의를 선행 조건으로 내세우며 응하지 않은 경우 그 이후 기간까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판결 내용
법원은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하면서도, 임금 청구는 해고 다음 날부터 피고의 복직협의 요청이 담긴 준비서면이 송달된 날까지만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하였습니다.
1. 근로관계의 종료가 해고인지 여부 - 해고에 해당
해고란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하고(대법원 92다54210 판결, 대법원 2010다92148 판결 등), 근로관계 종료 사실에는 다툼이 없으나 그 원인이 해고인지 합의해지인지 다투어지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쌍방 의사합치에 의한 종료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합니다.
법원은 대표이사가 출근하지 말 것을 요청한 것 자체가 사용자의 일방적 근로계약 종료 의사표시로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원고가 정산 및 퇴직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였다거나 약 두 달 반 동안 명시적으로 부당해고를 주장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합의해지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해고의 효력 - 서면통지 위반으로 무효
① 서면통지 의무 위반
대표이사가 전화로 해고를 통지한 것만으로는 근로기준법 제27조제1항의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의 서면통지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② 수습기간 중 유보된 해약권 행사 주장
수습기간 중인 근로자라도 해고하려면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하는데(대법원 2002다62432 판결),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근로계약 제11조가 정한 해지사유('업무지시 불이행 및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고나 손실을 야기한 경우', '업무처리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에 해당하는 등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3. 임금 지급의무의 범위 - 복직협의 요청 이후 기간은 임금청구 부정
해고가 무효인 이상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피고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은 것이므로, 피고는 민법 제538조제1항에 따라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 원고가 해고 후 약 두 달 반 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소 제기로 비로소 해고의 부당성을 주장한 점, ㉡ 피고 대표이사가 소장 송달 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두 차례 연락을 요청하고 복직 협의를 제안하는 메시지를 보냈으며, 답변서와 2026. 5. 20.자 준비서면에서도 복직일자 협의를 요청한 점, ㉢ 피고의 복직 협의 요청이 진정한 의사가 없거나 책임 회피를 위한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음에도, 원고는 해고 과정에 대한 사과, 해고 기간의 보상 논의, 업무 복귀 내용의 구체적 제시가 선행되어야만 복직하겠다고 주장한 점 등을 종합하였습니다.
그 결과 적어도 피고가 준비서면으로 복직일자 협의를 요청한 이후에는 더 이상 피고의 귀책사유로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해고 다음 날인 2025. 11. 14.부터 위 준비서면이 원고에게 송달된 2026. 5. 21.까지의 임금 34,419,354원[= 550만 원 × 6개월 + 550만 원 ÷ 31일 × 8일]만을 인용하였습니다.
판결 의의
이 판결은 수습기간 중이고 근무기간이 열흘 남짓에 불과하더라도 전화로 '출근하지 말라'고 통보하면 서면통지 위반으로 해고가 무효가 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는 한편, 해고 무효 이후 사용자가 진정성 있는 복직 협의를 요청하였는데도 근로자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그 이후 기간의 임금 청구는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는 데 실무적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수습 근로자의 근로관계를 종료할 때에도 절차는 일반 해고와 같습니다. 계속근로기간 3개월 미만 근로자는 해고예고 규정(근로기준법 제35조)의 적용이 제외되지만,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의 서면통지(제27조)는 수습 여부·근무기간과 무관하게 적용됩니다. 두 규정을 혼동하여 '수습 중에는 바로 내보내도 된다'고 이해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으므로, 수습 평가 결과 본채용을 거부하거나 근로관계를 종료할 때에는 근로계약서상 해지사유와 연결된 구체적 사유와 종료일을 적은 서면을 교부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수습 해고에도 객관적·합리적 이유가 요구되므로, 업무지시 불이행이나 업무능력 부족을 사유로 삼으려면 지시 내용, 시정 요구 일시, 개선 여부를 기록한 근무평가 자료를 남겨 두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2~3차례 시정을 요구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부족하여 합리적 이유를 인정받지 못하였습니다.
둘째, '합의로 끝냈다'는 주장은 서면 합의가 없으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해고와 합의해지가 다투어지면 사용자가 합의 사실을 증명하여야 하고, 임금 정산, 퇴직 서류 교부, 일정 기간 이의 미제기 등의 정황만으로는 합의해지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통화로 '완곡하게' 의사를 전달한 경우일수록 분쟁 가능성이 높으므로, 합의에 의한 종료라면 근로자가 서명한 사직서나 합의서를 받아 두어야 합니다.
셋째, 해고 분쟁이 발생한 이후 사용자의 대응에 따라 금전적 부담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원은 사용자의 복직 협의 요청이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고 보아, 이를 근로자에게 전달한 준비서면의 송달일을 기준으로 임금 지급의무를 끊었습니다. 해고의 절차적 하자가 확인된 사업장이라면 구체적인 복직일과 근무 조건을 제시한 복직 요청을 서면으로 발송하고, 그 발송·도달 사실을 증빙으로 남겨 두는 것이 소급 임금 부담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 됩니다. 반대로 근로자 측에서는 사과나 보상 논의를 복직의 선행 조건으로 내세우며 사용자의 복직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해고가 무효로 확인되더라도 그 이후 기간의 임금은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다만 이 판결은 지방법원 제1심 판결이므로 항소 여부와 상급심의 판단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법원은 소장 송달 직후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아니라 '적어도' 준비서면 송달 이후를 기준으로 삼았으므로, 복직 요청이 어느 시점부터 임금 청구를 제한하는지는 요청의 구체성·진정성과 근로자의 대응 등 개별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하여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