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서울행정법원 2026. 8. 21. 선고 2025구합55411 판결
질병휴직 미승인 상태의 무단결근은 징계사유로 인정되나, 사용자의 소통 미비와 질병휴직의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해임은 징계양정이 과중하여 부당
원고는 피고보조참가인(○○도시공사)에 입사하여 생활체육부 소속 행정 5급 과장으로 근무하던 근로자입니다. 원고는 급성 스트레스반응, 불안 반응, 경도 우울에피소드로 향후 6개월에서 1년간 꾸준한 치료와 상담이 필요하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단서를 첨부하여 인사규정에 따른 '업무상 질병휴직'을 신청하였습니다.
참가인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판정이 없는 상태에서는 업무상 질병휴직 승인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이메일·면담·통지 등 세 차례에 걸쳐 '업무외 질병휴직'으로 재신청하고, 산재 판정 시 소급하여 업무상 질병휴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안내하면서 근무복귀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업무외 질병휴직을 별도로 신청하지 않은 채 총 10일간 출근하지 않았고, 참가인 인사위원회는 이를 무단결근 및 정당한 업무명령 불복종으로 보아 원고를 해임하였습니다(징계양정기준상 파면이 가능하나 표창 이력을 고려하여 한 단계 감경).
초심 지방노동위원회는 징계사유는 인정되나 양정이 과하다며 구제신청을 인용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징계양정도 적정하다며 초심을 취소하였고, 이에 원고가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한 사안입니다.
핵심 쟁점
근로자가 진단서를 첨부하여 업무상 질병휴직을 신청하였으나 승인되지 않았고, 사용자의 업무외 질병휴직 재신청 안내에도 따르지 않은 채 10일간 출근하지 않은 것이 무단결근 및 정당한 업무명령 불복종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징계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사용자의 휴직 관련 소통 미비, 진단서를 통한 질병휴직 필요성의 소명, 근로자가 업무외 질병휴직 신청을 꺼린 이유의 합리성, 표창에 따른 감경 사유 등을 고려할 때 근로관계를 단절하는 해임이 징계재량권의 범위 내에 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근로자의 건강 이상을 진단서로 인지한 사용자가 업무상 질병휴직 승인 불가 통지만 반복한 것이 안전배려의무의 관점에서 충분한 대응이었는지, 직권으로 업무외 질병휴직을 명하거나 직권 전환 불가 사유를 고지할 의무가 있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판결 내용
법원은 징계사유는 인정되나 해임은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과중하여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였습니다.
1.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 - 징계사유 인정 (재심판정 수긍)
법원은 ① 참가인이 세 차례에 걸쳐 업무상 질병휴직 승인이 불가하므로 업무외 질병휴직으로 신청하라고 안내하였음에도, 원고가 어느 휴직도 승인·신청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결근한 점, ② 참가인으로서는 과거 업무외 질병휴직을 직권으로 명하였다가 원고와 분쟁이 있었던 사정을 감안하여 원고의 명확한 의사를 확인하고자 재신청을 안내한 것이므로 이러한 안내가 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무단결근 및 정당한 업무명령 불복종이라는 징계사유 자체는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2.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 양정 과중 (재량권 일탈·남용)
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근로관계 자체의 단절을 초래하는 해임은 징계재량권의 한계를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와 소통 의무
근로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는 참가인으로서는 원고가 제출한 진단서를 통해 원고의 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한 이상, 질병휴직 신청 관련 의사소통에 조금 더 성실하게 임하였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② 원고의 의사표시와 참가인의 대응
원고는 인사담당자에게 '업무상 질병휴직이 아닌 업무외 질병휴직으로 명령을 낸다면 합당한 사유를 첨부하여 명령을 내면 되는 것 아닌지'라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냈는데, 법원은 이를 업무상이 아니라면 업무외 질병휴직이라도 해달라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것으로 평가하였습니다. 참가인으로서는 이러한 의사표시를 감안하여 업무외 질병휴직을 직권으로 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거나, 적어도 직권 전환이 불가능한 구체적 사유를 고지할 수 있었음에도, 업무상 질병휴직 승인이 불가능하다는 점만 반복하여 통지하는 데 그쳤다고 보았습니다.
③ 질병휴직 필요성의 소명과 원고 판단의 합리성
원고는 진단서 제출을 통해 업무상이든 업무외이든 질병휴직의 필요성 자체는 어느 정도 소명하였습니다. 참가인은 원고가 결재를 상신하고 사무실에 출입하여 인쇄물을 출력하거나 헬스장을 재등록한 점을 들어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정신상 장애 판단에 지장이 없고 진단서의 신뢰성을 의심할 사정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가 업무외 질병휴직을 신청할 경우 향후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 요양승인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원고의 판단과 우려가 통상적인 경험칙에 현저히 어긋난다거나 합리성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④ 양정기준 해당 여부 및 감경 사유
이러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원고의 무단결근은 징계양정기준상 '비위의 정도가 심한 경우'나 '고의가 있는 경우'에까지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원고에게는 시의장 표창·시장 표창에 따른 징계 감경 사유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판결 의의
이 판결은 근로자가 진단서를 첨부하여 질병휴직을 신청한 뒤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근한 사안에서, 절차상 무단결근이 성립하더라도 사용자가 휴직 처리 과정의 소통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근로관계를 단절하는 해고까지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는 데 실무적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산재 신청과 질병휴직이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에서의 처리 절차를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요양승인 전에는 업무상 질병휴직으로 승인하기 어렵다는 사용자 입장 자체는 이 사건에서도 부당하다고 평가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의 대응이었습니다. 근로자가 '업무외 휴직이라도 해달라'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하였다면 직권 전환을 검토하거나, 전환이 어렵다면 그 구체적 사유를 서면으로 고지하여야 합니다. 승인 불가 통지만 반복하는 것은 소통 의무 이행으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휴직 규정에 '산재 요양승인 전에는 업무외 질병휴직으로 처리하고 승인 시 소급 전환한다'는 경과 조항을 두고 신청서에 근로자 동의란을 마련해 두면 이 사건과 같은 의사 확인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진단서로 질병휴직의 필요성이 소명된 근로자의 결근은 통상의 무단결근과 같은 비위로 평가되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근로자가 결재를 상신하거나 사무실을 출입한 정황을 들어 진단서의 신뢰성을 다투는 사용자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진단서의 내용을 다투려면 산업의학 전문의 등 별도의 의학적 소견을 확보하여야 하며, 일상 활동의 단편적 정황만으로는 정신질환 진단의 신뢰성을 흔들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셋째, 징계양정 단계에서는 근로자 측 사정에 대한 평가가 핵심이 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근로자가 업무외 휴직 신청이 향후 산재 인정에 불리할 수 있다고 우려한 점을 '합리성 없는 판단'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정신건강 관련 휴직에서 근로자의 비협조적 태도가 관찰되더라도 그 배경이 질환이나 산재 인정에 대한 우려와 연결되어 있다면, 해고보다는 정직·감봉 등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징계를 우선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표창 등 감경 사유가 있는 근로자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다만 이 판결은 행정법원 제1심 판결이므로 항소 여부와 상급심의 판단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징계사유 자체는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근로자가 휴직 승인 없이 결근하는 것이 정당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의하여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