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서울행정법원 2025. 9. 18. 선고 2025구단52610
퀵서비스 기사인 원고는 오토바이로 음식을 배달하던 중 교차로에서 적색 신호를 위반하여 직진하다가 좌회전하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원고는 이 사고로 경골 골절 등의 부상을 입고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해당 사고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이라는 범죄행위로 인한 것이어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신청을 불승인하였습니다. 이에 원고가 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사안입니다.
핵심 쟁점
신호위반(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을 원인으로 발생한 사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정한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에 해당하여 업무상 재해에서 제외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판결 내용
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이란 범죄행위가 부상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전제한 후,
업무수행을 위해 운전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가 그 업무에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신호위반 등으로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22두30072 판결).
① 신호위반을 부상의 직접 원인으로 볼 수 있는지 - 직접 원인성 부정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
법원은 신속한 배달이 요구되는 퀵서비스 업무의 특성상 교통사고는 그 업무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사고 당일에는 약 9㎜의 강우로 시야 확보가 곤란하였던 점, 원고가 상대 차량의 진행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신호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사고가 운전 과정에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② 신호위반 행위의 불법성·우연성 - 불법성·우연성 결여 부정
법원은 원고가 순간적으로 집중력과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신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신호위반에 이른 것으로 보일 뿐, 고의적 위반이나 주의의무의 현저한 해태를 인정할 자료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그 신호위반 행위를 고의 또는 자해행위에 준하여 평가할 만한 불법성이 있다거나 사고에 우연성이 결여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사고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법원은 공단의 불승인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판결 의의
이 판결은 신호위반과 같은 범죄행위가 개입된 교통사고라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업무상 재해를 곧바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실무적 의미가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2항의 적용에서 핵심은 범죄행위 자체의 존부가 아니라, 그 행위가 부상의 '직접 원인'이 되었는지, 나아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특히 배달·운송업과 같이 신속성이 요구되어 교통사고 위험이 상시 내재된 업무에서는, 단순 신호위반이나 통상적 과실에 의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다만 음주운전이나 중앙선 침범과 같이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를 벗어난 중대한 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에는 여전히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사안별 위반의 경위와 정도를 면밀히 구분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