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에 관한 소송 / 서울고등법원 2026. 7. 3. 선고 2024나2037832 판결
모바일 플랫폼 배달기사(라이더)의 근로자성 및 서면통지 없는 계약해지의 효력
원고는 모바일 배달 플랫폼('--박스')을 운영하는 피고 회사와 '배송대행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2021. 5. 21.부터 12. 6.까지 특정 지점 소속 라이더로서 피고가 제공한 전용 앱을 통해 배달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피고 회사는 원고를 산재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취급해 오다가, 2021. 12. 6. 서면 통지 없이 구두로 업무위탁 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위 해지통보는 서면통지 요건을 갖추지 못한 무효인 해고라고 주장하며, 해고무효확인과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입니다.
핵심 쟁점
알고리즘에 의한 배차, 건별 배달료 수취, 기본급 부재, 겸업 가능성 등 전형적 근로관계와 다른 요소가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모바일 플랫폼 앱을 통해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라이더를 종속적 관계에 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라이더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경우,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업무위탁 계약 해지 통보가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여 무효인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소정근로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플랫폼 노동의 특성상, 평균임금 산정의 직전 3개월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전체 근로기간을 기준으로 월 평균 수입을 산정할 것인지가 문제되었습니다.
판결 내용
법원은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제1심을 일부 취소하여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 지급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법원은 근로자성 판단은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에 따라야 하고, 취업규칙 적용·기본급 유무·근로소득세 원천징수·사회보장제도상 지위 등은 사용자가 경제적 우월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므로 그러한 사정이 없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법리(대법원 2004다29736 등)를 전제하였습니다. 나아가 플랫폼 종사자의 경우 개별 근로계약 필요성이 적은 사업구조와 알고리즘·복수 사업참여자가 관여하는 노무관리의 특성을 고려하여 종속성 판단 요소를 적정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2024두32973 판결의 법리를 적용하였습니다.
1. 라이더의 근로자성 - 근로자성 인정
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았습니다.
① 피고 사업의 실질은 '상품 배달 서비스 제공'이고 라이더는 그 핵심 인력으로서 피고가 제공하는 앱을 통해서만 배달이 가능하여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점
② 배차 목록 구성·배달료 계산식·할증·페널티 기준이 모두 피고가 사전에 설정한 알고리즘과 정책에 따라 결정되어 원고에게 이를 변경할 재량이 없었던 점
③ 관리직이 GPS 연동 관제 프로그램으로 실시간 위치·이동경로·배달 건수를 감독하고 단체 대화방을 통해 배차 지침을 반복 전달하였으며 묶음배달 상한 하향·배차 직접 취소·복장 규제 등의 제재 수단을 행사한 점
④ 앱·오토바이·배달상자 등 필수 작업도구가 대부분 피고로부터 제공되고 제3자에 의한 업무 대체가 불가능하였던 점
⑤ 건별 배달료라는 외형에도 불구하고 보수가 실질적으로 근로 자체에 대한 대가적 성격을 지니는 점 등입니다.
특히 법원은 원고가 전형적 근로자에 비해 완화된 형태로 노무를 제공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별도 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만연히 근로자성을 부인하기보다는,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개별 사안에서 근로기준법 규정의 탄력적 해석을 통해 근로관계를 실질에 맞게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2. 서면통지 없는 계약해지의 효력 - 해고 무효
법원은 이 사건 해지통보가 원고의 자발적 의사 없이 피고의 일방적 의사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것으로 해고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 제27조가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피고가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위 해고는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로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3. 미지급 임금의 산정 기준 - 전체 근로기간 기준 월 평균 수입
법원은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없어 통상적 방식으로 월 임금을 산정할 수 없다고 보아, 평균임금 산정의 '직전 3개월'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원고의 전체 근로기간을 기준으로 월 평균 수입을 산정하였습니다.
판결 의의
이 판결은 알고리즘 기반 배차, 건별 보수 지급, 기본급 부재라는 플랫폼 노동의 전형적 외형을 갖춘 배달 라이더에 대해 고등법원 단계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실무적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계약의 명칭(업무위탁·도급)이나 4대보험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처리는 근로자성 판단의 결정적 요소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 재확인되었습니다. 오히려 앱·관제 시스템을 통한 실시간 위치 감독, 단체 대화방을 통한 구체적 배차 지시, 묶음배달 상한 조정 등 플랫폼의 '기능적 통제'가 지휘·감독의 징표로 적극 평가되었으므로, 플랫폼 사업 모델을 설계·운영하는 기업으로서는 관리 기능의 설계 방식 자체가 근로자성 인정의 근거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둘째,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이상 서면통지 의무(근로기준법 제27조)를 포함한 해고 규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위탁·도급 형태로 인력을 운용하는 사업장에서 구두 또는 비공식적 방식으로 계약을 종료하는 관행은, 사후에 근로자성이 인정될 경우 그 자체로 무효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통제의 강도·전속성·사업자적 징표의 유무 등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모든 플랫폼 종사자에게 일률적으로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는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본 판결은 고등법원 판결로서 상고 여부 및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법리가 확정될 것이므로, 향후 경과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